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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아까우면서도 아깝지 않은

어쩌다 보니 개강이 열흘 안쪽으로 다가왔다. 남은 기간 동안 공부를 많이 할 것 같진 않고, 딱히 남은 일정도 없으니 사실상 방학이 끝났다.

 

이번 방학 동안 내가 이룬 성과는 없다. 분명 하고자 했던 건 많았는데, 아직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공부도 원서 몇 장 깔짝거린 게 전부고, 텝스? 망했고, 운동 안 했다. 운동은 솔직히 추워서 봐준다 쳐도 공부는 어떻게든 했어야 한다. 사실 남은 기간에 해도 충분하지만 안 할 것 같아서 미리 하는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내가 나름 바쁘게 살았다는 점이다. 계절을 들었고, 알바를 했고, 교회에서 새로운 직책을 맡았고, 새준위에 들어갔고, 첫 해외 여행을 갔고, 평소보다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지난 방학을 대충 돌아보면 뭔가 알차긴 했다. 특히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과연 방학을 이렇게만 보내도 되는 걸까? '새로운 경험'은 '개인적 성과'에 비해 나에게 얼마나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단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경험을 계속했고, 후회는 없지만 크게 남는 것도 없었다. (아, 일본 여행은 뭐가 많이 남았다.) 내가 아직 경험이 빛을 발할 만큼 오래 살지 않아서 경험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 방학은 스스로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공부든, PS든 내 스킬셋을 추가하고 단단히 다질 기회는 방학에만 있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그렇다. 이제 나는 작년과 별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또 한 학기를 버텨야 한다. 뭐 당연히 잘 이겨내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난 이번 방학 좋았다.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 가장 재밌었던 방학을 꼽으라면 아마 지금이지 않을까. 그래 뭐 이런 방학도 있어야 나중에 아쉬운 일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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